#알틴아라샨 #아라콜패스 # 아라샨 엘자산장 #카라콜
다음 일정은 아라콜패스 트래킹이다. 이를 위해 송쿨호수에서 카라콜이란 도시로 이동하는 게 첫날 일정이다. 가는 도중 스카즈카개캐년, 제티오구즈 탐방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시간 상 제티오구즈는 들리지 않았다.
오전에 송쿨에서 승마체험까지 하고 나니 출발 시간은 10시가 되었다. 거기서 카라콜까지는 쉬지 않고 가더라도 7시간 정도 걸린다. 우선 송콜에서 비포장 구간 빠져나오는데만 2시간 넘게 걸렸고 이식쿨 호수 남단의 도로도 중간 중간 비포장이 있거나 공사 중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정을 좀 줄이고서도 7시 지나서야 카라콜 숙소에 도착했다. 오랜 이동에 다들 좀 지쳤다. 숙소는 카라갓 호텔 (일급)이다. 인구 8만의 작은 도시라 그 정도 호텔이면 좋은 편인데 내부는 엉망이었다. 수도꼭지 위치는 맞지 않아 세면대 위로 물이 튀고, 욕조 바닦은 들떠있고, 현관문은 밖에서 잘 닫히지 않고..... 어떻게 저렇게 공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 객실은 좀 넓었는데 한곳에 있는 쇼파에는 얼룩이 진하게 남아서 케리어조차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ㅠㅠ
국가에 대한 생각
이동하면서 저개발국, 그러니까 아직 관광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나라 여행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동일 거리라면 최소 두배), 관광 경비가 적게 드는 것도 아니고, 혹 자유여행 한다면 물건 구매하거나 할 때마다 매번 바가지 쓰는 것 아닌가 의심해야하고.... 별로 친절하지도 않고, 화장실은 지저분하고..... 반면 송쿨 같은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 정도 경험했으면 나이도 있고하니 이제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국가'라는 것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했다. 한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에 귀속된다. 민족이 아닌 국가말이다. 어느 국가에 태어났는가하는 것은 그 존재의 미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 어느 민족 구성원인가보다 어느 국가의 국민인가가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데 훨씬 결정적이다. 이는 같은 한민족인데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을 경우와 상상해서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국가는 공동체 내부에서 세금을 걷어 국가를 운영한다. 국가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도로를 놓고 전기,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만들고 교육,의료체계 등을 구성한다. 지금 대한민국이란 국가에서 우리가 누리는 많은 편리는 대한민국이란 국가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간 축적해 놓은 부에 기초한다. 세금을 걷어 도로를 만들고, 지하철, 고속도로, 공항을 건설하고,,, 상하수도, 전기 시설을 만들어 놓고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화장실을 건설하고... 그리고 청소하고, 수리하고 관리한다. 이 모든 것은 한 두해에 이뤄지는게 아니다.
나는 종종 대한민국이란 국가에서 축적해 놓은 부를 느낀다. 곳곳에 있는 저수지, 깊은 산골까지 세워져 있는 전봇대, 포장도로, 가로등.... 별로 차들이 다니지 않는 집 앞 도로에도 세워져 있는 각종 안전 표식물들. 그리고 여기 키르기즈스탄 이라는 나라에서 비포장도로, 정비되지 않는 도로가 풍경들을 보면서 이 나라는 언제 돈을 모아서 저 많은 것들을 다 해결할까 생각했다. 그리고 불과 4-50년 전 우리나라 도시들의 모습도 저랬는데, 그 사이 참 많은 것들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한 것인데 개인이건 기업이건 어쨌든 열심히 잘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한국의 현대사는 자긍심을 갖어도 될만하다.
그리고 지정학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다. 키르기즈스탄이 이렇게 가난한 이유 중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소련, 중국에 둘러쌓인 내륙 국가, 빈약한 자원, 산악이 대부분인 나라.... 우리는 종종 4대 강국에 둘러쌓인 반도라는 위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곤 한다. 그래서 강대국의 침탈을 많이 받는다, 뭐 이런 얘긴데 다른 면에서 보자면 지극히 유리한 위치이기도 한게 바로 한반도다. 어느 누구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될 지정학적 위치라는 사실 때문에 그것이 군사적이든 경제적이든 어떻게든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한국전쟁 직후 남쪽에는 미국의 대량원조가, 그리고 북쪽에는 소련과 동유럽의 대량원조가 행해진 것도 다 한반도의 이런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그리고 국토가 넓다는 것이 결코 장점만이 아니라는 것도 체감했다. 특별한 지하자원을 품고 있거나 탁월한 자연환경 덕분에 대규모 농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한 넓은 국토는 그야말로 부담 그 자체일 수가 있다. 사실 대부분 넓은 국토를 지닌 나라들이 그렇다. (그런 면에서 미국은 정말 복 받은 나라다. 국토도 넓고, 토지도 비옥하고, 지하자원도 많고.... 바로 옆 캐다다와 비교해보면 더 명확하다)
다시 본론으로./ 아라콜패스 트래킹
이번 일정은 아라콜패스 트래킹이다. '알틴아라샨'이 산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알틴아라샨 꼭대기에 있는 산정호수 (아라콜호수)까지 다녀오는 트래킹을 아라콜패스 트래킹이라 칭하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다.
일정은 최소 2일로 잡아야한다. 하루만에 다 다녀올 수는 없다.
산 아래에서 고도 2600m지점에 있는 아라샨 산장까지 가는 것 하루 ( 12km / 5시간) 산장에서 산정호수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 하루 (정상은 3,904m)
산 아래에서 산장까지는 걸어가도 되고 차량을 이용해도 된다. 옛 소련의 군용트럭, 벤을 개조한 차량이 등산로 입구쪽에 있다.
올라갈 때 이용한 버스/ 작은 것에 비해 힘은 좋으나 덜컹거림이 심하다
내려갈 때 이용한 밴 10명 탑승
대부분 미리 예약을 하는 것 같은데 그냥 가도 탈 수 있다. 비용은 1000솜. 우리돈으로 만오륙천원. 우리팀은 산장까지 트레킹을 했고 나와 친구 한명은 차를 타고 올라갔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난 차를 타는 것 추천. 여기서 괜히 힘 뺄 필요 없다, 풍광은 위쪽이 훨씬 더 멋있다, 걷고 싶다면 내려올 때.... 뭐 그런 생각에서였다. 우리 일행은 5시간 정도 걸렸는데,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서 출발한다면 한 시간 더 잡으면 될 듯하다. 우리가 묶은 산장은 엘자 산장.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고 일하는 사람들도 다 청년들이다. 영어가 되고 친절하며 식사도 외국인들에 잘 맞춰준다. 산장 지역의 맨 끝에 있다. 지나면서 보니 다른 산장들도 괜찮아보인다. 유르트는 아니고 조립식 숙소라 보면 된다. 실내 화장실이 있어 편했다. 전등은 들어오지만 다른 전기도구들은 쓸 수 없다. 식당에서 휴대폰 충전할 수는 있으나 와이파이는 당연히 안된다. 하려면 시간당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산장에 도착에서 찍은 사진 - 아랫쪽 방향
산장에서 찍은 사진 -산쪽. 저멀리 보이는 흰눈 쌓이 산이름이 텐트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텐트산
산장 주변
이날은 오후5시 다 되서 일행 도착. 모두 지쳐서 저녁도 대충 먹고 쉬었다. 다음날을 위해 비장한 각오로 다들 준비 중? 인것 같지만 몇 몇은 체력 관리 안하면 내일 시작도 못할 상황이라 일찍들 취침 모드로.
다음날 산행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말타고 가자, 걸어가자 말들이 많았지만 첫날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산행 후 모두 말타고 가는 걸로 쉽게 결론이 났다. 체력이 남아도 말타는 게 좋다.
말을 타고 정상 도전 지점까지는 3시간 가야 한다. 거의 3,500m 지점이라고 들었다. 말은 앞 뒤로 이곳 마부들이 따라 다니며 안전 관리하고, 실제로는 각자 모는 거다. 송쿨에서 한 번 타본 적이 있으니 자신있게 승마. 말들은 힘이 넘치고 순하며 이곳 지리에 익숙해 말 타는데 별 문제 없다. 겁만 안먹으면 된다고 할 수 있다만 그것은 아니고 내려갈 때는 몸을 뒤로 졋혀야하고, 나무 바로 옆으로 가지 않도록 유도도 해야 하고, 어느 정도 운동신경도 필요하다.
말위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기막힘. 풍경에 대해서 말로 표현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 사진으로.
내가 탄 말. 말도 잘 듣고 가끔 뛰어주기도 하고.. 듬직하다
정상 등반 전 유르트가 있는 곳 하산 전 단체사진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반이다. 처음에는 좀 완만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45도 정도의 급경사다. 흘러내리는 돌산이라 바닦을 굳건하게 디딜 수 없어 더 힘들다. 등반 시작하자마자 2명은 바로 탈락. 종우와 한범이는 기를 쓰고 올라왔다. 한범이는 거의 혼수상태에서 등반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30-40분 정도면 오른다. 깔딱고개 두 번 정도 오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 고도가 높아 컨디션 조절을 잘못하면 호흡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산병 증세가 올 수 있다. 바로 탈락한 2명이 바로 그런 경우. 혼수상태에서 오른 친구도 평소에는 제법 산을 타는 친구인데 여기서는 10걸음만 가면 숨이 차서 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특히 초기 호흡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초반에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호흡 잘 조절해 놓으면 아주 힘든 코스는 아니다. 여학생들도 다 오른다.
등반 초입 아래 보이는 흰 점들이 출발지점
거의 정상에 다다른 일행들
정상 도착 직전의 친구 모습
드디어 정상 / 마침 비가 잠시 내림
총평을 하자면
키르기즈스탄에 오면 꼭 와야할 곳 / 괜시리 고생하지 말고 차, 말 다 이용하시라. 굳이 걸어가려고 하지 말고.
체력이 남으면 산장에서 휴식을 더 즐기시고. / 말타는 것 아주 재미있음, 말 탈 때 안전모 달라고 하면 줌 / 인생에 이런 경험은 더 이상 불가능함, 가능하면 젊었을 때 오시오. 늙어서 오면 지쳐서 즐거운 줄도 모름 / 말 탈 때는 다리에 힘을 주어 엉덩이를 약간 들어야 함, 그냥 주저 앉아 있으면 꼬리뼈 부분 까짐. 우리 일행 중 3명이나 엉덩이 피부 까짐. 엄청 쓰라림 / 고산병 약은 그날 아침에 먹으면 될 듯, 컨디션 잘 유지하면 고산병 잘 안 옴. 그리 걱정할 필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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